고려대학교 고등고육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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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근거이론연구회(https://cafe.naver.com/gtm2020)

교육행정학 연구방법론 확장 논의에서 근거이론의 의의


 오늘날 교육행정학 분야를 제외한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권향원, 2016; 김인숙, 2011). 이에 김인숙(2011:352)은 “오늘날 근거이론이 질적 연구 시장의 리더에 해당하며, 이에 상응한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어놓기도 하였다. 근거이론가인 Morse(2009)의 경우에도 제2세대 근거이론가들이 모였던 2007년 밴프 심포지움에서 근거이론은 “가장 자주 이용되는 질적 연구방법으로 민속기술지보다 앞선다. 근거이론은 상당히 새롭고 1967년에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와 전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근거이론은 “...사회과학 분야의 몇 가지 혁신적인 영역을 발달시키면서 사회과학의 얼굴을 바꾸어 왔다”고 주장하며, “근거이론은 하나의 환경이나 특별한 사건에서 무엇이 진행하고 혹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설명하도록 허용”하며, 또한 “근거이론은 자료를 통합하고 개념을 발달시키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며, 이런 자료와의 연계를 갖는 중간 범위 이론이며, 또 다른 상황과 미래의 상황에도 일반화가 가능“한 ”사회과학에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근거이론이 다른 질적연구 방법들에 비하여 이렇게 사회과학 분야에서 커다란 관심과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권향원(2016)은 그의 논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근거이론은 다른 질적 연구방법들과는 달리 ‘이론’(theory)을 연구의 산출물로 삼고 있고, 이는 근거이론적 질적연구에게 높은 융통성과 적용성을 부여한다....근거이론은 기존의 해석적 질적연구의 전통에서 빗겨나 오히려 양적연구와 유사하게 ‘이론’을 연구산출물로 수용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근거이론으로 하여금 ‘이론’을 매개로 양적연구와 질적연구 사이에 놓인 심리적인 장벽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으며,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기반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연구방법으로서 실증적 질적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Cresswell & Clark, 2007; 심준섭, 2009). 
 
 둘째, 근거이론은 현실에 질적-귀납적으로 비롯한 ‘토착화 된이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사회과학의 논쟁과 화두 중 하나인 이론적 ‘한국화’및 ‘실학화’의 측면에서 대안적 방법론으로 관심을 받는 일면이 있다(권향원・최도림, 2011; 김현구, 2013)....근거이론은 “현실에 기반”한 자료에 ‘근거’하여 이론을 도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제기되었던 “위로부터 내려온 외래이론”의 독재성 문제에 대하여 현실에 기반하여 “아래로부터 발견된 우리이론”의 대안적 모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현실에 기반한 ‘내생적 이론화’(indigenous theorization)를 가능케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가까운 이론적 토착화를 위한 방법론적 대답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권향원・최도림, 2011; 권영민, 2013:169; 윤견수, 2013).(182)
 
 더 나아가 근거이론은 필자가 보기에 혼합연구 방법 등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물리적 결합을 촉진하는 방법론적 토대일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기반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연구방법으로서 실증적 질적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즉 ‘비판적 실재론’이나 ‘약한 구성주의’ 등의 제3영역에 존재하는 새로운 과학철학에 기초하여 강한 실증주의에 정초하고 있는 양적연구와 강한 구성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해석적 질적연구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는 제3의 연구방법론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거이론은 권향원(2016)이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 현실에 질적-귀납적으로 비롯한 ‘토착화 된 이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교육행정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토착적 교육행정이론의 구축을 위한 대안적 방법론으로서 가능성이 크다. 신현석(2017)은 한국 교육행정학 연구와 이론의 문제점으로서 (1) 교육행정학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이론이 적다; (2) 우리나라의 토양에서 개발된 교육행정학 이론이 없다; (3) 연구결과의 집적을 통한 이론화, 지식화 작업이 부족하다; (4) 교육행정학의 이론과 지식의 현장 적응성이 낮아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 등의 4가지를 들고 있다. 그는 “교육행정학의 이론들로 소개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미국 교육행정학 이론들이다. 서구의 교육행정 이론을 소개하고, 이론이 생성된 맥락과 환경을 거두절미하고 수입된 이론을 우리 현실에 적용하고 잘 안되면 우리 현실을 탓하고, 실제의 종사자들에게 잘못을 돌리는 우를 지속적으로 범해왔다”고 비판하며 “중범위 이론의 개발은 방법적인 측면에서 양적 연구의 모집단 축소, 질적 연구의 적용범위 확장, 그리고 양적·질적 연구의 장점을 추출한 혼합연구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론의 응용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라는 제언을 한 바 있다.
 필자는 졸고 변기용(2018)을 통해 신현석(2017)이 언급한 중범위 이론의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제언 중 ’질적 연구의 적용 범위 확장‘이란 제언이 실제 어떻게 연구전략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교육행정학 분야의 질적 연구에서도 해석적 질적연구와는 차별화되는 ‘실증적 질적 연구(김승현, 2008; Yin, 201416)’를 통해 질적연구의 활용 범위 확장 가능성을 논의한 바 있다. 즉 우리 교육행정 현실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중범위 이론’의 생성은 무엇보다 교육행정 현장에서 우리의 고유한 개념을 탐색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과 같은 귀납적-질적 연구방법을 통해 현장으로부터 우리의 행정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을 채집하고, 이를 통해 이론화를 추구하는 것임을 역설한 바 있다. 구성주의(해석)적 질적 연구의 경우 통상적으로 일반화된 이론의 생성을 연구의 직접적 목적으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수집한 질적 자료로부터 구제적으로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새로운 개념 구성‘, 나아가 ‘이론화’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과 접근방식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거 이론은 다른 유형의 질적 연구방법들(예컨대 현상학, 문화기술지, 내러티브 연구와 같은 해석적 질적 연구)과는 달리 이론 생성을 가장 직접적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질적 코딩 절차를 통해 개념과 이론(혹은 가설) 구축의 절차와 논리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권향원, 2016; 윤견수, 2013).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근거이론적 방법에 기반한 실증적 질적연구는 제도 및 환경과 조직 내 구성원들의 역동적 상호작용 과정과 효과의 발생 메카니즘 등 정량적인 지표로 양화하기 어려운 교육행정학의 조직과 정책 연구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거이론적 방법과 같은 귀납적-질적 접근을 통한 이론화의 아이디어는 우리의 현실과 현장으로부터의 발견의 맥락에서 개념을 채집하고 이론을 구성한다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연역적-양적 연구들이 단순한 분석적 편의성에 기반하여 블랙박스(blackbox) 혹은 심지어 분석 불가의 영역으로 치부해 두었던 행정의 과정(process), 행태(behavior) 및 작동 메카니즘(mechanism)의 요소들을 다시 행정학 이론의 분석단위로 가지고 올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권향원·최도림, 2011). 필자는 이러한 현장 중심 접근방식들이 교육행정학 연구의 중요한 연구방법으로 자리매김할 때 신현석(2017)이 이야기하는 중범위 이론의 개발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향후 이론과 실제 간의 간극이 상당 부분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1년 2월 29일.